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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프로젝트 헤일메리(앤디 위어)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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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앤디 위어 프로젝트 헤일메리이다.

같은 작가의 마션을 영화로 매우 재미있게 시청한 후 이어서 책까지 즐겼었다.

영화도 무척이나 유쾌하고 재미있었지만, 나에겐 오히려 책으로 즐기는 것이 더 좋게 다가왔다.

그래서 흥미를 갖게 된 것이 마션을 포함한 앤디 위어의 우주SF 3부작 이었다.

마션에 이은 우주SF 시리즈의 2번째 작품, 프로젝트 헤일메리.

 

과학을 사랑하지만 학계에서 물러나 과학교사로의 삶에 만족하는 소시민적인 사고관의 주인공, 그레이스.

그런 주인공이 범세계적, 아니 범우주적인 규모의 재앙과 사건에 휘말려 유일한 인류의 희망이 된다는 배경의 우주SF 소설이다.

유일한 인류의 희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인공은 시종일관 유쾌함을 잊지 않으며 온갖 난관들을 하나하나 해쳐나간다.

마치 마션의 마크 와트니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유쾌함을 잊지 않으며, 자신이 가진 생물학자와 공학자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이다.

다만 이번 주인공인 그레이스는 마크 와트니와 같은 유쾌함은 갖지만, 온갖 사고방식과 문제접근 방법이 모두 과학 실험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다를뿐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한가지 더 특징적인 것은 마션에서는 인류의 생존에 적대적인 환경으로써 겨우 지구 바로 옆의 행성인 화성까지가 그 이야기의 배경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무대는 한 차원 더 확대되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항성계까지 항해를 하게 되는데, 이 인류의 현존 과학기술의 수준을 뛰어 넘는 우주항해를 과학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통해 재앙의 원인에서 찾아내게 된다는 것이 오히려 마션보다 조금 더 현실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렇게 한번도 인류가 도달하지 못했던 타 항성계에서 지구와 같은 이유의 문제를 겪는 다른 행성의 생명체를 만난다는 것이다.

바로 수많은 우주SF 소설에서 등장하는 그 외계인을 말이다.

하지만 이 외계인의 진화 형태와 생태, 그리고 그 외계인이 사는 모행성의 환경 등에 깊은 고찰과 논리적 사고가 깔려있다.

보통 외계인이라고 하면 대다수 인류와 흡사한 형태에 머리 크기나 피부 질감 등의 소소한 특징들만 다르며, 인류보다 훨씬 우월한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고 상상을 하며 묘사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비논리적인 편견에 논리적인 반전을 주며 충격을 주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우리가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형태와 생존방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로인하여 소통방법에서 차이가 나고, 서로 발전시킨 문화와 예절이 다르며, 과학기술 또한 인류와 서로 발전 방향이 달라 분야별로 우위가 갈리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기존의 상상을 벗어난 외계인과의 협력은 주인공 그레이스가 과학자이기에 가능했음을 보여준다.

서로의 소통방법도, 생존 조건도 다른 두 생명체가 한 공간에서 서로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지극히 논리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그래. 이러한 논리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SF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 외계인은 나쁘고, 의사소통 방법의 부재로 다툼과 전쟁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지금까지의 SF소설은 무엇인가 비약이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외계 생명체와 무조건적인 협력과 평화를 이룬다는 것도 심한 비약일테지만, 서로 목적과 이익이 맞는 두 지성체의 만남은 화합과 우정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모든 놀라운 과정 속에서 우리의 주인공 그레이스는 최초의 지적 외계 생명체와 조우한 과학자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매우 신나고, 엉망진창이며,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그레이스는 여전히 소시민이다.

인류의 유일한 희망으로써 먼 우주에 홀로, 아니 외계인 친구 한명과 함께 있지만, 대단한 희생이나 영웅적인 책임감을 보여주진 않는다.

자신을 이 위험한 미션에 보내버린 책임자를 욕하고, 추후에 복수할 다짐을 되뇌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에서 손을 놓진 않는다.

영웅적인, 희생적인 책임감이라기 보다는, 과학자적인 책임감이다.

다른 대체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발을 너무 많이 담궈버린 과학자로서, 지구의 생존을 위한 미션을 묵묵히 수행하는 그런 담담한 책임감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의 지구 귀환과 생존을 포기하고, 우주에서 새로 생긴 친구과 그 행성의 생존을 선택하는 것으로 책의 이야기가 끝을 향해간다.

 

이 책,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읽는 내내 유쾌함에 즐거웠고, 문제 해결하는 재치에 감탄했고, 내게 박혀있던 상식과 편견을 깨닿게 해주어서 놀라웠다.

라이언 고슬링 주연으로 영화도 제작된다고 하던데, 그것까지 꼭 한번 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