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터키 아메리칸 허니를 맛보다.

 
홈플러스에서 반값 행사로 집어온 술이 하나 있었다.
와일드터키 아메리칸 허니가 정가 5만원인데, 50% 가깝게 할인을 하여 25000원 살짝 못 미치는 가격에 냉큼 집어왔다.

보통 할인행사를 하면 수량이 빨리 소진이 되는데, 어째 이 녀석은 반값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수량이 넉넉했다.
버번으로 이름난 와일드 터키 라인업에서 조금 더 달콤하게 출시한 제품일 것이라 기대를 하고 집어오긴 했는데, 과연 내가 득템을 한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 똥을 돈주고 사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식품 유형은 리큐르로 들어가는데, 원료에는 위스키, 설탕, 주정, 정제수, 벌꿀, 벌꿀향까지 들어갔단다.
설탕에 벌꿀도 넣고, 벌꿀향까지 두 종류나 함께 집어 넣었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달게 느껴질지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곡물 주정까지 들어가다니.
와일드 터키란 이름과 반값 행사에 혹해 냉큼 사온 내가 스스로 안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뚜껑을 따고서 느껴진 첫 향은 알콜 내음은 없고 인공적인 달고 신 내음이었다.
입안에 머금었을 때는 톡 쏘는 스파이시한 감각이 주가 되었고,
목넘김에는 사이다를 섞은 어린이 시럽 감기약이라 느껴졌다.
농밀한 단맛으로도 전부 숨기지 못한 감기 시럽맛이 목넘김 이후로도 길게 이어진다.

개봉 후 첫 잔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니트로는 한잔을 다 마시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급히 하이볼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다행히도 첫 시도로 라임즙과 제로펩시를 섞어서(얼음 넣기도 아깝다) 하이볼을 대충 만든 것이 전에 비해 훨씬 나아진 맛을 보여주었다.
성의없이 만든 이 하이볼에서 감기 시럽 같은 요상한 맛은 사라지고 럼콕 비슷한 맛으로 변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와일드터키 아메리칸 허니가 무척이나 단맛이 나니, 제로펩시가 아닌 탄산수를 섞어 보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 느껴지지 않았을까싶다.
 
아무튼 결론은 이번 와일드 터키 아메리칸 허니는 니트로는 못 마시겠고 하이볼용으로 방법을 강구해봐야겠다.
근데 이 가격이면 니트와 하이볼 양쪽으로 즐기며 마실 수 있는 선택지가 많으니, 재구매 의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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