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증류식 소주. 화요25를 마시다

 

최근 몇년동안 주로 맥주를 마시고, 가끔씩 막걸리 정도를 즐겼었다.

그러다보니 조금은 새로운 것에 관심이 끌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전통주였다.

국내에서 전통주 비스무리하게 판매되는 저렴한 제품들이 많았는데, 가볍게 맛을 보려고 저렴한 것을 찾아보면 대부분은 희석식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도 조금 섞인 것도 아닌 주 원료가 주정인데, 전통주라고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고 말이다.

희석식 소주 특유의 역하고 쓴 알콜 내음을 싫어하기에, 주정이 들어가지 않은 전통식 소주를 찾아보게 되었다.

요즘은 참 유투브가 친절하게 잘 알려주어서, 맛보고 싶은 증류식 소주가 많았다.

정보의 홍수, 아니 너무 많은 증류식 소주의 홍수 속에서 처음 입문하기에 무난한 제품을 찾았고, 그렇게 화요25를 한병 사오게 되었다.

증류식 소주가 지금처럼 보편화 되기 전부터 증류식 소주를 만들어온 업체인만큼, 잘 모르는 나에게도 화요란 이름은 익숙한 편이었다.

다만 한번도 마셔본 적이 없을뿐이었는데, 마트에 나들이 간 김에 냉큼 한병 담아왔다.

저 한병에 12000원 정도 했으니, 일반 희석식 소주보다 대충 8배 정도 비싼 가격이라 하겠다.

근데 초록병의 희석식 소주는 알콜 내음이 싫어서 아예 마시질 않으니, 굳이 가격 비교를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아들 녀석 저녁 식사로 소고기를 구워주면서, 옆에서 나는 화요25의 맛을 보았다.

요즘 나오는 소주들에 비교해 더 높은 25도의 알콜 도수를 가진 화요25였지만, 주정이 없어서인지 알콜 특유의 역하고 쓴 맛과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맛과 향이 예상보다 옅어서 당황스러웠다.

알콜 특유의 역한 느낌이 없는 것은 참 좋은데, 그와 함께 맛과 향도 옅으니 반주로는 적당하다 싶으나, 술 자체를 즐기기엔 조금 부족하다 싶었다.

유투브에서도 증류식 소주는 40도부터가 좋다고 하더니,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알콜의 역한 맛과 향이 없으니, 조금씩 천천히 입에 머금고 맛과 향을 느껴보는 게 가능했다.

천천히 입에 머금고 있으면 톡하는 신선한 향과 함께 흡사 막걸리가 연상되는 쌀과 누룩의 맛이 느껴졌다.

초록병의 희석식 소주는 입에 머금고 느끼기는 커녕 빨리 털어넣고 입가심하기 위해 안주를 찾아 먹기 바쁜데, 증류식 소주인 화요25는 천천히 맛과 향을 느껴보는 것이 가능했다.

술을 취할 정도로 많이 마시는 취미가 없다보니 맥주를 한두잔 정도 마시는데 그쳤었는데, 이제는 증류식 소주를 한두잔 정도씩 맛보는 것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즐거움에 포함될 것 같다.

우선은 맛을 본 표본이 화요25 한 가지뿐이라 뭐라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마트에 있던 다양한 증류식 소주들을 한가지씩 찾아 마시면 지루할 틈이 없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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