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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들과 크리스마스 젤리 키트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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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노브랜드 마트 구경을 다녀왔다.

심심하던 차에 이런 저런 먹거리나 담아오는 나들이 느낌이었는데, 아들 녀석이 기분 한번 제대로 냈다.

바로 크리스마스 젤리 키트를 냉큼 집어든 것.

11월이 되자마자 거실에 크리스마트 트리를 만들어 둔터라, 비슷한 분위기의 이 상품 포장이 눈에 들어왔나보다.

게다가 이와 비슷한 방식의 초콜릿 만들기 키트를 종종 했었던지라,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아들 녀석은 젤리를 만들 생각으로 신나 있었다.

 

박스를 열어보니 구성은 단순했다.

세 가지 색상의 젤리 파우더와 젤리를 굳힐 틀, 스포이드 그리고 왜 들어있는지 모를 종이 받침이 전부였다.

 

만드는 방법은 포장 뒷면에 적혀있었는데, 사실 설명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간단했다.

28ml의 뜨거운 물에 분말을 섞어 녹인 후, 스포이드를 이용해 틀에 채워 냉장고에서 굳혀주면 완료가 된다.

설명에서는 무척이나 간단하고 깔끔하며, 예쁜 결과물이 눈에 보여 가벼운 마음에 도전을 했다.

 

내 아들 녀석의 기발한 급커브를 전혀 예상치 못하고서 말이다.

젤리 틀별로 한가지 색상을 채워넣으면 깔끔하고 예쁜 모양의 젤리가 나올 것 같은데, 아들은 색을 섞어야겠단다.

그래야 더 예쁘고, 더 맛있는 젤리가 나올 것이란다.

자꾸만 고무 캡이 벗겨지는 장난감 수준의 스포이드를 고쳐가며, 또 바닥으로 자꾸만 떨어지는 끈적한 젤리들을 닦아가며 젤리 틀의 10개 칸을 겨우 다 채워 넣었다.

 

냉장고에서 한동안 굳혀낸 젤리는 위와 같은 결과였다.

알록달록 예쁜 색상의 젤리를 생각했지만, 색상을 많이 섞을수록 시컴한 젤리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우리가 생각지 못한 한가지는, 젤리 파우더는 단순히 색상만 다른 것이 아니라 향 또한 다른 종류였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종류가 뒤섞여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향과 색을 가진 젤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이 젤리를 신나게 만들었던 아들 녀석은 한입 베어 먹고나서는 맛없다며 냉큼 도망쳐 버렸다.

식감 또한 아들 취향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하리보 같은 단단한 식감이 아니라, 홍삼젤리 등의 물컹거리며 부스러지는 식감의 젤리였으니 말이다.

결국 크리스마스 젤리 키트는 아들의 재미있는 장난감으로써는 최고였고, 간식으로써는 안타깝지만 탈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