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경에 주택 임대차계약과 관련하여 내용증명을 보냈었다.
사실은 그 이후로도 내용을 조금씩 추가하여 총 3번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부동산 매매와 임대차계약 사이에서 부당이득을 취한 채무자에게 계약파기 통보와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들이었다.
채무자의 계약불이행으로 인하여 계약은 파기되었으나, 계약금은 돌려주지 않고 계속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으니, 마냥 기다릴수만은 없어서 전화뿐만 아니라 내용증명까지 발송했던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해결방향을 잡아보고자 상담을 진행한 법률사무소에서는 부동산 사기에 당한 것으로 보이니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를 진행하라는 더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왔었는데, 변호사 선임은 엄두가 나지 않아 내용증명 발송과 인터넷에서 찾아낸 한가지 방법인 지급명령신청을 진행해보았다.
변호사 선임에 비해서 몇푼 안되는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히, 짧은 시간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지급명령신청.
하지만 단점 또한 분명했다.
법률에 잘 모르는 내가 스스로 양식에 맞춰서 전사소송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는 것,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할 경우 민사소송으로 바로 넘어간다는 것, 등기우편으로 채무자에게 확실히 송달되지 않으면 진행이 더디거나 심지어는 무효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난 8월 10일 전자소송 홈페이지에 로그인하여 지급명령신청서와 증빙서류들을 스캔하여 첨부하여 제출하였다.
여러 블로그 글들의 설명을 참고하여 최대한 오류없이 간단명료하게 작성하고자 노력했었는데, 초심자의 실수는 여지없이 터졌다.
바로 보정명령이 문자로 날아왔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몰랐던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내가 잘못 작성한 부분에 대한 보정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사실 보정명령에서 이러이러한 부분이 잘못되었으니 정정하라고 안내되어 있어서 보정서 제출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처음해보는 딱딱한 일에 잘못될까 싶은 두려움이 있었다.
결국은 보정서 제출 다음날인 8월 26일에 지급명령이 내려졌고, 채무자 손O옥에게 지급명령정본이 등기우편으로 발송되었다.
채무자는 등기우편을 제때 받지 않아 애를 태우더니 9월 6일에서야 지급명령정본을 수령하였고, 그 날부터 2주동안 채무자의 이의신청 기간을 가졌다.
이 기간동안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바로 민사소송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사실 변호사 선임까지 알아보던 우리였기에 차라리 그쪽이 우리가 한발 물러서서 스트레스 덜 받고 일을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2주동안 이의신청이 없었고, 9월 27일에 지급명령정본이 나에게도 발송되며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제 이 지급명령정본으로 내가 할수 있는 일은 10년동안 채무자 손O옥의 부동산, 통장 등의 재산을 조회하고 압류하거나 경매에 넘기고, 신용불량자로 만들 수 있는 것이란다.
법의 제도를 이용해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지만, 한편으론 오히려 불안해진다.
부동산 사기꾼인 손O옥이 이걸 몰랐을까?
과연 몰라서 이의신청도 안하고 그냥 넘어갔을까?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나름 한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본인 명의로 재산을 하나도 남겨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 계약금을 포함하여 모든 재산을 은닉해 두었으니, 저 지급명령에도 거리낄 것이 없었을 것이라는 불안한 결론 말이다.
하지만 내돈을 찾으려는 노력도 안해보고 포기하기엔, 채무자 손O옥이 너무 괴씸하다.
게다가 47년생 할머니에게 사기를 당하다니 챙피해서 자괴감이 든다.
이대로 그냥 계속 기분나쁘게 있을수만은 없으니, 뭐라도 조금씩 진행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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