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이 내가 고소한 사기 범죄에 대한 선고기일이었다.
그 전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바, 선고공판에 참석할 목적으로 5월 17일까지의 진행상황을 법원 사건조회를 통하여 확인을 했었다.
5월 17일까지는 변호인의 참고자료 제출이 있던 것 빼고는 변동사항이 딱히 보이지 않았었는데, 혹시나 해서 18일 오전에 다시금 확인해보니 중요한 내용이 한줄 추가되어 있는게 아닌가.
광주지방법원 공탁실에서 공탁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왜 피공탁자인 나에겐 통지가 안되는 것이지?
설마 우편으로 통지가 되는 것인가?
당장 몇 시간 후에 선고 공판이 예정된 상황에서, 수많은 의문 속에서 갑작스런 혼란 상황에 빠졌다.
더듬더듬 인터넷에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며 상황을 파악해보니, 온라인 사이트인 법원 전자공탁에서 관련 내용의 확인 및 공탁금 지급신청 절차를 알게 되었다.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와 연동하여 회원가입을 완료한 후 형사공탁 공고문을 먼저 확인해 보았다.
이 형사공탁 공고문을 통하여 공탁 유무뿐만 아니라 공탁소와 공탁번호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공탁물은 금전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공탁금의 액수까지는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액수 확인을 위해서라도 공탁금의 지급신청 절차를 밟아보기로 하였다.
공고문에서 확인한 공탁번호를 입력했더니, 예상치 못한 메시지만을 볼 수 있었다.
해당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신청할 수 없습니다.
??
내가 피공탁자니까 당사자 맞는데?
형사공탁 공고문에도 피공탁자로 내 이름이 떡하니 쓰여 있는데?
도통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않아 전자공탁 사이트의 다른 탭들을 찔러보기 시작했다.
전자공탁 사이트의 사건검색 기능에서 공탁자 손0옥으로 공탁금 2000만원이 납입완료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궁금했던 공탁금의 액수는 알게 되었지만, 내가 피공탁자로 확인되지 않아 지급신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의문으로 남아버렸다.
그래서 전자공탁 사이트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문의를 해보니 '형사 특례 공탁'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함께 해당 공탁소에 문의를 해보라고 한다.
그래서 광주지방법원 홈페이지의 업무 조직도를 뒤져서 담당자 연락처를 찾아냈다.
업무 담당자에게 문의를 해본 결과, 위 형사공탁이 피공탁자의 인적사항이 없이 사건번호로 공탁이 되어 있단다.
그래서 전자공탁으로는 공탁금 지급신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란다.
지난주 금요일에 개인정보 열람 신청이 왔던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었나!!
이후 절차 또한 안내 받을 수 있었는데,
1. 광주지방법원 3층 형사과를 방문하여 피해자 동일인 증명서를 발급 받는다.
2. 피해자 동일인 증명서, 인감 증명서, 인감 도장, 신분증을 지참하여 공탁계를 방문한다.
3. 지급 신청 후 계좌로 공탁금을 수령 받는다.
라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고 한다.
업무 담당자에게 안내를 받은 뒤에 그제야 형사공탁 공고에 포함되어 있던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명칭은 조금 다르지만 동일인 확인 증명서를 발급받아 공탁소에 제출해야 공탁물을 수령할 수 있다고 굵은 글씨로 강조까지 되어 있는데, 이걸 못봤다니 내가 정말 당황하긴 했나보다.
선고 공판에 참석하는 것 이외에도 법원에서 해야할 일이 몇 가지 추가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조금 서둘러 법원으로 향하였고, 도착하자마자 공판 순서를 먼저 확인하였다.
오늘 오후는 선고만 진행되는 것인지, 이전에 참석했던 공판들과는 달리 대기중인 사람들이 많았으며 분위기 또한 무거운듯 하였다.
모두 14:00 공판에 진행되는 사건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손0옥의 경우 7번째 순서였다.
조금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법원 본관 3층의 형사계를 방문하여 동일인 증명서 발급을 신청하였다.
공탁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문자를 보여달라고 하는데, 나에겐 문자는 커녕 공탁금 관련 통지가 전혀 안된 상황이라 공고문을 신분증과 함께 제출하여 발급 신청을 완료할 수 있었다.(발급 수수료는 현금 500원!)
그런데 내 계획과는 달리 당장 수령하는 것은 불가했다.
발급 신청은 지금 했지만, 판사의 검토 및 허가 이후에 발급이 된다며 추후에 다시 방문하여 수령해야 된단다.
오늘이 법원을 방문할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왔는데, 예상치 않게 한번 더 와야할 일이 생기고 말았다.
서류 발급 신청 이후 참석한 선고 공판의 모습은 무척이나 생경한 것이었다.
앉을 자리도 없이 가득 들어찬 대기 인원들이 순서대로 호명되면, 본인 확인 등의 간단한 절차를 거쳐 빠르게 형이 선고 되었다.
손0옥 이전에 총 6명이 선고를 받았는데, 모두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합의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를 받아 제 발로 법정을 걸어서 빠져 나간 것은 고작 1명뿐이었다.
나머지 피고인들은 모두 선고 자체는 1~2년 정도로 무거워 보이진 않았지만, 집행유예 없이 모두 법정구속 되어 경찰의 손에 이끌려 나갔다.
기다린 끝에 드디어 내가 형사고소를 하였고 그 결과를 보고자 하였던 손0옥의 차례가 되었는데, 이 전의 피고인들과는 달리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다는 것이 가장 다른 점으로 보였다.
공탁은 하였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판사는 피해자 참석을 확인하여 용서 여부를 묻는 절차를 밟았다.
나로써는 발언 기회를 준 판사에게 경의를 보내며, 당연하게도 "용서는 없고 최대한의 엄벌을 원한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런 상황에 손0옥은 누범기간인데다가, 동종 범죄이력도 많았으며, 도주의 우려까지 있어서 집행유예 없이 8개월로 법정구속을 선고 받았다.
나로써는 '아니, 저 조건에 고작 8개월 밖에 안나오나?' 싶어서 아쉬운 마음마저 들었는데, 손0옥으로써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는지 "한번만 봐달라, 용서해 달라" 소리치며 경찰에게 끌려 나갔다.
그래. 저 통쾌한 모습을 보려고 내가 이 고생을 한 것이었다.
이 얼마나 보람찬 결과가 아닌가.
지금까지 신경쓰며 조금씩 생겼을 스트레스가, 아니 없던 스트레스까지도 뻥 뚫려 사라지는 것 같았다.
통쾌함은 통쾌함으로 남겨두고, 바로 법정을 빠져 나왔다.
잠시 외출을 달고 법원에 방문한 상황이라 곧장 직장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손0옥의 아들이 뒤따라 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내 개인정보와 연락처, 주소를 모두 알고 있음에도 사건번호로 공탁을 걸어서, 나에게 귀찮음을 제공한 당사자가 말이다.
경찰에게 끌려간 본인의 모친을 보고 마음이 급했던지, 앞뒤 자르고 사정을 봐달란다.
공탁금을 제외하면 내가 제시한 합의금에서 500만원이 남았는데, 이걸 몇 달에 걸쳐서 나눠서 주면 안되겠냐고 물어온다.
한번에 받아야 겠다면 500만원이 아닌 300만원으로 낮춰주면 안되겠냐고 물어온다.
본인을 봐서라도 양해를 좀 해 달란다.
모두 다 거절했다.
나에겐 사기꾼 본인이나 사기꾼 아들이나 다 매한가지인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듣기도 싫었고, 사실 시간상 여유가 없기도 했다.
그래서 짧게 답변하고 돌아왔다.
"일시불로 500만원, 생각있으면 연락을 해라."
그리고 돈이 없다며 사정을 봐달라던 그 손0옥의 아들을 6시간 후, 저녁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돈이 없다던게 몇 시간 전인데, 현금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보증금을 빼야 된다는 등, 차를 팔아야된다는 등의 하소연을 하더니만, 내 차보다 좋은 차를 몰고 왔다.
역시나 사기꾼이나 그 지인이나 다 매한가지로 믿을게 못된다.
결국 공탁된 2000만원을 제외한 합의금 500만원을 사용하지 않는 계좌에 일시로 받았고, 바로 다 옮겨두었다.
그리고서 민형사상 책임을 더 이상 묻지 않고, 재판부에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간단한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다.
결국 이렇게 합의금을 다 주게 될 것이면서, 어째서 그렇게 귀찮고 미련하게 굴었는지 모르겠다.
일찍 합의를 보고 합의서를 제출했으면, 오늘 선고결과가 지금보다 나았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법원 사건조회를 다시 확인해보니 선고기일인 5월 18일에 많은 내용이 올라와 있다.
내가 신청한 피공탁자 동일인 확인 증명서 신청과 함께 변호인의 항소장이 제출되어 있었다.
아마도 저 항소장에는 내가 작성해준 합의서가 포함되어 있을터다.
가장 아래쪽으로 오늘 법정에서 직접 목격한 통쾌한 장면이 글로 쓰여 있었다.
선고 결과, 법정 구속 말이다.
너무나 보람차고 통쾌해서 꿀잠 잘 수 있겠다.(원래도 잠을 잘자지만..)
이제 꿀잠 자고 일어나 법원에서 동일인 증명서를 받아 공탁금 지급 신청만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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