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초인 3월 7일, 두번째 공판이 있었지만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한달이 넘게 연기가 되어버렸었다.
애써 시간을 내어 공판장에 자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행 없이 되돌아오는 헛걸음을 했던게 얼마전 같은데,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나 세번째 공판기일이 되었다.
이전 공판들보다 빠른 10시 공판이라 조금 더 서둘러 법원으로 향했더니, 2월 말 이후로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손0옥 부자가 법정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괜시리 기분이 상해 공판 순서만 확인한 후 자리를 피하려는데, 손0옥은 내가 아예 보이지도 않는양 모른 척을 하고, 손0옥의 아들만 따라 나와서 아는 척을 한다.
그러더니 갑작스레 합의금으로 1500만원을 제시한다.
2월 말에 제시한 합의금인 1000만원에 비해 커진 금액이기는 하나, 피해 원금에도 못 미치는 합의금을 앞뒤 없이 대뜸 제시하는 것이 참으로 어이가 없다.
게다가 진짜로 합의할 의사가 있었다면, 공판 10분전이 아니라 공판이 연기된 지난 한달동안에 일찍 제안을 했었어야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 보아도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전혀 납득되지 않는 제안이라며 거절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가 버린다.
오늘 공판 중 첫번째 사건으로 배정되어 긴 대기 시간 없이 바로 공판을 시작할 수 있었다.
피고측의 변론에서는 변호인과 손0옥 모두 사기죄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하겠단다.
다만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므로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해 달라고 한다.
피고측 변호인과 사기꾼 손0옥, 그리고 그 아들까지 모두가 노력을 하고 있단다.
지난 2월말 이후로 오늘까지 두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아무런 연락 한번 받지 못한 나로써는 어이가 없어서, 내 발언 기회에 하나하나 짚어 내었다.
"피고 손0옥은 첫 공판이었던 2월2일 이후로, 오늘 공판에서야 얼굴과 목소리를 처음으로 보고 듣는다.
손0옥의 아들에게선 2월 말에 합의금 1000만원 제안을 처음으로 받았고, 그 제안을 거절한 이후 오늘 처음 만났다.
피고측이 말하는 사과와 합의를 위한 노력이 무엇이었는지, 나로써는 전혀 공감할 수 없고 납득되지도 않는다."고 말이다.
그래. 이것 때문에 내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가며 이 공판에 참석하고 있는 이유이다.
만약 오늘 내가 공판에 불참하여 피고측의 거짓 가득한 발언들을 짚어내지 않았다면, 저 얼토당토 않은 말들이 진실처럼 받아 들여졌을 터이니 말이다.
공판 초기에 손0옥의 가족이 있는지 확인하였던 판사는, 사과와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손0옥의 아들에게 강조하듯이 확인하였다.
손0옥의 사기 전과가 이미 많이 있는 것과 현재 누범기간인 것을 알고 있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피해금액에도 못 미치는 합의금 1000만원을 제시하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전혀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합의를 하는 것이 손0옥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하였다.
덕분에 여지껏 알지 못했던 손0옥의 범죄경력 사항과 누범기간 여부를 나도 덩달아 알 수 있었다.
피고측의 변론과 피해자의 발언, 그리고 판사의 확인을 마지막으로 이번 공판이 종료 되었다.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오늘자 공판은 변론종결이 되었고, 다음 일자인 5월 18일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선고기일이 되었다.
선고기일까지 한달 정도 남았지만, 정말로 이 길고 긴 문제의 마지막이 눈에 보이고 있다.
내친김에 사건검색도 확인해보니, 어째서 이번 공판에는 손0옥이 빠지지 않고 참석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주인 4월 11일에 손0옥에게 피고인소환장이 재차 발송되었던 것이다.
지난 공판 때 바로 전날 늦게 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하여 공판장의 모두를 시간 낭비하게 만들더니만, 이번엔 아예 법원에서 소환장을 미리 보내 놓았으니 피고인이 나오지 않을 수가 있나.
아무튼 이번 공판으로 피고측의 변론은 종결되었고, 5월 18일 오후 2시에 길고 길었던 손0옥의 사기죄에 대한 형이 선고되며 어떻게든 마무리가 지어질 것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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